횡성의 소잡는날 안병두입니다.
기다리던 장마는 어느 덧 서늘한 가을냄새에 잊혀져, 올해는 자연에 대한 당연한 믿음을 갖고, 철마다 몸에 배여 농사일에 머무르는 농부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무더운 여름휴가는 잘 보내셨는지요?
경기가 어렵다! 어렵다! 하더니, 이 업종에 매달리는 저희들도, 소를 키우는 산지농가도, 아침새벽 일어나 한 모금 마시는 커피 한 잔에 푸념소리가 가득히 입안을 적시는 기분입니다.
여름휴가 느낌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벌써 추석명절 선물구매를 문의하시는 분들이 저의 나태함을 채찍질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그동안 만 9년째 소고기장사를 하면서, 한우상황과 소고기구매 요령(?)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견해를 전해드리면서 인사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2010년 구제역발생 이전에, 국내한우시장은 생물을 취급하는 업종이라서 한우를 생산하는 농가도 쇠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점도 공급자의 주관적인 판단과 양심이 물건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였습니다. ‘생산이력제’는 농가의 양심을 건드렸고, ‘구제역발생’은 정육점주인들의 기름진 배를 쥐어짜서 소비자의 불신을 다소 진정시켰던 것 같습니다.
다소 아쉬운 건, 농산물이든 축산물이든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이 지속되고 있어 시장의
체계적인 안정화를 절대적으로 생산자와 공급자에게 맡기는 것에 다소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한우등급의 국내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고기는 육질(질김과 맛)과 육량으로 판단합니다. 육질이 좋으면 반대로 기름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어, 맛도 최상이고 기름기가 적은 A++등급을 찾지만, 그런 소는 100마리중 1~2마리 정도입니다. 농가에서 못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산이 맞지않아 생산이 어렵다고 볼 수있습니다. 1등급(간혹 1+등급)이 4~50%, 2.3등급이
4~50% 출하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사업장이든 한우선물세트는 특히 명절기간에 등급별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여 1등급 이상의 소를 여러마리 혼합하여 작업합니다. 특별한 주문을 제외하고는...
생각하시는 가격대에 선호하는 부위를 맞춰서 주문하시는 것이 최상의 구매라고 봅니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보관방법입니다.
냉장온도 섭씨0~5도 기준으로, 돼지고기는 5~7일, 쇠고기는 10~15일, 가금류는 1~2일 정도 보관이 상식입니다. 열악한 국내 택배배송 여건을 감안하여, 여름철에는 수령후 2~3일 정도 냉장보관후 냉동보관하셔야 하며, 특히 뼈종류(사골,꼬리,갈비등)는 수령후 바로
냉동보관하셔야 맛과 질을 유지할 수있습니다.
매장앞 개울의 물소리가 오락가락하는 장맛비처럼 때로는 베토벤의 선율처럼, 때로는 지옥같은 일터에서 돌아와 축쳐진 어깨너머로 던져지는 마누라의 잔소리처럼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마누라의 잔소리가 베토벤의 선율처럼 들릴 수 있도록, 하루를 즐겁게 맞이하면서 우리 고객님들, 이번 추석명절에는 모든 것 다 비우고, 그 비움속에 보다 큰 축복과 행운이 담겨지길 기도드리겠습니다.
2014. 8월의 아침새벽에
소잡는날 대표 안 병 두